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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중국 알리바바에 2천만 달러를 투자해 3000배 이상의 수익을 거둔 손정의, 그는 일본에서 가장 재산이 많은 사람일 뿐 아니라 손대는 사업마다 숱한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귀신 같은 촉을 가진 투자자다. 그런 그가 한 회사에 작년 말 1조 5천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자금을 투자하기로 하고 올해 들어서는 추가로 3조 5천억 원을 더 투자하기로 발표하면서 세상을 두 번 놀라게 했다. 그 주인공은 세계 공유오피스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위워크WeWork이다. 2차선 도로에 만 원짜리를 깔아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고도 남는 5조 원이라는 금액을 투자한다고 하는데 무엇이 전설적인 투자자의 눈을 그토록 사로잡았는지 궁금해진다.

 

이제는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위워크는 미국의 대표적인 공유오피스 회사다. 큰 오피스 건물을 나눠 방으로 또는 책상으로 빌려주는데 이용자들은 원하는 면적을 원하는 기간만큼 사용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사무실을 쪼개서 빌려주는 사업이야 예전부터 국내외에 비슷비슷한 서비스들이 있었고 공간을 빌려준다는 업의 본질은 사실 거기서 거기일 텐데 위워크의 출현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배경지식이 조금 필요할 것 같다. 위워크는 도시와 중심업무지역을 중심으로 지점을 확대해 왔는데 특히, 위워크의 역사가 시작된 뉴욕시에는 현재 전 세계 170개 지점 중 무려 45개가 몰려 운영되고 있을 만큼 위워크는 뉴욕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으니 그 배경을 먼저 살펴보자.

 

 

스마트 워크 시대에 비례해 폭발적으로 커진 오피스 수요

뉴욕은 전세계의 비즈니스와 사람이 몰리는 도시이고 한정된 공간에 수요가 집중되다 보니 건물주의 횡포가 심한 대표적인 건물주 시장landlord market이다. 건물주는 세입자를 골라서 들이는데 이때 설립한 지 얼마 안 돼 신용 거래 기록이 부족한 스타트업들은 선택되는 것부터 쉽지 않다. 수십 장에 걸쳐 세입자가 해야 할 일과 하면 안 되는 일들이 빼곡히 적힌 계약서는 몇 년간 세입자를 꽁꽁 묶어 놓을 것이고 인테리어 공사는 한국처럼 쉽고 싸고 빠르지 않다. 시시콜콜한 것까지 일일이 도면을 다 그려서 뉴욕시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공사 기간이 1~2달씩 걸린다. 이렇게 공사를 하다 보니 비용은 올라갈 수밖에 없고, 고정비용을 생각하면 적어도 3~5년 정도 계약을 해야 본전을 뽑을 수 있다. 계약 기간이 길어지다 보면 예기치 않게 중간에 더 큰 사무실로 옮기거나 작은 사무실로 옮겨야 할 경우 다른 사람에게 재임대를 주든지 해야 한다. 이때, 자기가 빌린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에 손해를 보면서 임대를 놓는 경우, 남은 기간만큼 손해가 발생한다.

 

도심에서 오피스 공간 구하는 게 녹록치 않았지만, 그동안 오피스 수요는 크게 달라져 왔다. 업무에 필요한 서류들이 점차 전자문서로 바뀌면서 기업들은 서류박스와 캐비닛에서 점차 자유로워지게 되었고 스마트폰과 모바일 디바이스 덕에 그동안 커다란 업무용 컴퓨터와 모니터 때문에 고정되어 있던 자리가 그때그때 앉아서 일할 수 있는 모바일 오피스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회사 전화는 인터넷 전화나 핸드폰으로 돌려놓고 팀원들끼리 필요한 회의와 연락은 화상 전화를 활용하면 되니 전 세계 어디서든 노트북만 열면 그곳이 사무실이 되는 셈이다. 또한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누구든 온라인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되면서 1인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됐다. 서너 명만 모여도 뚝딱뚝딱 스마트폰 앱App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온라인 장터에서 상품을 대신 팔아주고 정산해서 입금까지 해주니 회사는 필수 개발 업무에만 집중하면 되니 사업의 진입장벽은 낮아졌고 창업의 열기는 후끈 달아오르게 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1세대 벤처들은 엔지니어들이 차고에 모여 기술창업을 했지만 최근 들어 소셜미디어, O2O 등의 서비스창업은 오히려 사람들을 도시로 더욱 몰리게 했다.

 

 

*사진 출처_위워크 홈페이지

 

 

기업의 리스크를 줄여주는 가변적인 오피스 공간

새로운 공간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시기에 이러한 뉴욕의 척박한 오피스 환경에서 탄생한 것이 위워크였다. 마침, 전 세계적인 붐을 타고 기막히게 사업을 일군 위워크는 불과 몇 년 만에 세계에서 5번째로 큰 스타트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처음에 목돈 들이지 않고 필요한 공간만 필요한 기간만큼 쓰다가 회사가 성장하면 얼마든지 탄력적으로 공간을 확장할 수 있고 깐깐한 건물주를 따로 안 만나도 되니 이용자들은 초기부터 위워크에 열광했다. 특히, 커다란 내수시장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기업들은 대박이 터졌다 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수백 명으로 직원이 늘어나는데 가변적인 오피스 공간은 기업의 리스크와 비용을 줄여주면서도 적시에 사업기회를 잡을 수 있는 확장 옵션까지 겸비한 스마트한 선택인 셈이다.

 

위워크는 전 세계 56개 도시에 현재 15만 명의 멤버십을 운영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강남역을 시작으로 을지로와 삼성역에 지점을 오픈했다. 특히 3,000명을 수용하는 을지로점은 전 세계 위워크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규모라고 한다. 여기에 뒤처질세라 국내 업체들도 발 빠르게 공유오피스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업체가 패스트파이브이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11개 지점에 5,000여 멤버를 확보하고 있는데, 국내 벤처업계의 생태계를 잘 알고 있는 벤처캐피탈리스트 출신 박지웅 대표가 최근 120억 원 투자유치를 받아 빠르게 지점을 늘려가는 중이다. 이 외에도 서울 전역에는 이미 수백 개의 중소 공유오피스들이 들어서 있다. 전국 40개 이상의 지점을 운영 중인 르호봇 비즈니스센터도 있고 건물주가 공실 사무실을 채워 넣기 위해 직접 공유오피스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2,500명을 수용하는 드림플러스 강남점을 오픈한 한화그룹이나 실험성이 돋보이는 스튜디오블랙을 오픈한 현대카드까지 공유오피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폭넓은 네트워킹과 새로운 배움의 기회 제공

이러한 공유오피스의 파급효과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일단 건물주 입장에서는 최근의 공실이 큰 골칫거리였다. 강남 지역의 대형 오피스들은 IT기업들이 판교나 가산동으로 옮겨가면서 대규모 공실이 발생했고 여의도와 강북 도심에는 대형 오피스 신축건물 공급이 늘어나면서 건물 십여 층이 비어 버리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건물 몇 계층을 통으로 임차하겠다는 대형 임차인이 나타난 것은 매우 반색할 일이었다. 썰렁한 건물에 활기가 돌면서 저층부 상가들도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공유오피스 업체 입장에서도 공실률이 높은 시장 상황은 건물주와의 협상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고 파격적인 임대조건을 얻어낼 수 있었다. 건물을 수리해서 빌려주는 장치산업의 특성상 대규모 자금이 선 투입될 수 밖에 없는데 건물주와의 협상을 통해 초기자금 부담을 줄이면 추가적인 확장이 필요한 업체에는 큰 도움이 된다. 다만, 중소형건물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규모는 작더라도 우량한 소형 임차인들을 공유오피스에 다 뺏기게 되면 결국 남은 임차인들은 줄고 지불수준도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임차인의 입장에서는 공간에 대한 임차계약이 아니라 공간 이용에 대한 멤버십 계약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서비스를 받는다. 개인화된 공간을 최소화하고 회의실이나 접견공간 같은 공용공간을 공유해 올라간 공간 효율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누구나 일하고 싶어 하는 위치의 크고 멋진 건물에 들어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순간, 직원들은 마치 대기업 직원이 된 것 같은 소속감을 느끼게 되고 미팅하러 온 클라이언트는 신뢰감을 가질 수 있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사장님은 찔끔 눈물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4인 혹은 6인 이하의 조직에서 돈 관리는 주로 사장님 몫인데, 자질구레한 인터넷, 전화기, 복사기, 정수기 등을 매달 챙기지 않아도 되니 그만큼 본연의 사업에 충실할 수 있는 정신적 여유가 생긴다. 이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더 중요한 가치를 사는 것이다. 6인 이상의 조직에서는 1인당 비용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독립 오피스보다 더 경제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유오피스에 입주하는 많은 사람들이 정작 가장 기대하는 것은 분위기와 네트워킹 기회이다. 우울한 오피스텔에 틀어박혀 고시생처럼 일하다가 효율이 나오지 않아 서로서로 자극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이전하기로 한 스타트업이나 오고 가며 알게 되는 사람들과 정보 교환을 하는 것이 큰 자산이 되는 회사들이 많다. 결국, 분위기 좋은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커뮤니티에 대한 소속감을 심어 주기 위해 업체들은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구성원들에게 다양한 네트워킹과 배움의 기회를 주려고 한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공유경제에 대한 접근이 ‘계산기’가 아닌 ‘사람에 대한 이해’가 가장 먼저라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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