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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구 상도동의 한 마을 공간, 어르신들이 모여 알록달록한 장난감을 요리조리 매만지며 환하게 웃습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놀 법한 장난감이 어르신들 손에 들려 있으니 다소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이분들은 어린이들을 위해 장난감을 치료해주는 장난감 의사입니다. 동네에서 의사로 뽑힌 어르신들이 고장 난 장난감을 고치는 방법을 실습 중인 것이죠. ‘장난감 병원’의 개원을 앞두고 어린이 손님들을 맞을 준비가 한창인 이곳에는 기대와 웃음이 가득합니다.

 



 

장난감을 고쳐주는 병원이 상도동에 자리 잡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동작구 상도4동은 도시재생 대상지로 선정되어 저소득층의 빈곤한 독거노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고, 저렴한 집값 덕분에 신혼부부가 많이 이사 오는 동네이기도 하죠. 그렇다 보니 장난감 이용률이 높은 14세 이하 어린이 인구가 서울시 평균보다 2배 가까이 많고, 동네 곳곳에서는 장난감 쓰레기가 유독 많이 발생합니다. 장난감 대부분은 플라스틱이지만 재활용이 되지 않아 그대로 쓰레기가 되는 데다 색깔도 알록달록하고 부분별로 소재가 달라서 재활용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상도동에서 활발하게 마을 활동을 벌이던 마을발전소 사회적협동조합 활동가들은 지역 내에서 고민하고 있던 노인 빈곤 문제와 환경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아이디어로 ‘장난감 병원’을 떠올렸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어르신들을 장난감 의사로 선발하여 동네에서 버려지는 장난감을 수리하는 일을 맡기는 것이죠. 해당 아이디어는 서울시의 ‘지역문제해결 시민실험실’ 지원사업을 통해 구체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사전 지원 과정을 통해 선발된 어르신들은 현재 장난감을 분해하고 정리수납하는 것부터 다양한 소재로 이뤄진 장난감들의 수리 과정을 차근차근 배워 나가는 중입니다. 특히 아이들과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대화를 나누는 방법을 익히는 것 역시 장난감 의사가 되는 준비 과정의 일부입니다.

 

 
이곳에서 어르신들이 고치는 것은 고장 난 장난감만이 아닙니다. 지역 내에서 서로 단절되어 있던 사회적 관계 또한 이번 실험을 통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향후 5년 안에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게 되지만, 세대 분리 문제는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죠. 장난감 병원은 이러한 상황에서 1세대와 3세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계기를 만들어줄 예정입니다. 할아버지 때부터 이 동네에 살았던 토박이라는 마을발전소 사회적협동조합의 김영림 활동가는 그동안 동작구에 기반을 둔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해왔는데요. 그는 마을 활동을 통해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새로운 이웃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활동가들의 용기 있는 실험이 지속될 수 있도록 지역문제해결 시민실험실은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장난감 병원에서는 버려지는 장난감을 수리해서 한 번 더 사용하고, 수리가 불가능한 경우 새로운 장난감으로 새활용해 지역의 필요한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활동이 꾸준히 이뤄질 예정입니다. 결과적으로 환경문제에 대한 지역의 인식도 점차 개선될 수 있겠죠. 김영림 활동가를 만나 지역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가는 과정과 실험을 통해 얻는 행복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Interview]
마을발전소 사회적협동조합 김영림 활동가 인터뷰 1문 1답

 

 
장난감 병원과 장난감 의사라는 개념이 참 재밌는데요. 처음에 이 사업 내용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희 마을발전소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님이 아이들을 정말 많이 좋아하는 분이신데, 작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아이들 장난감을 고쳐주는 활동을 시작하셨어요. 그런데 멀끔하게 수리된 장난감을 아이들에게 돌려주니 너무 행복해하더고요. 그 모습에 보람을 느끼고 해당 활동을 1년 넘게 하다 보니 생각보다 지역 내에 장난감 수리에 대한 수요가 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이를 활용해 어르신들에게 일자리 형태로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서울시의 ‘시민실험실’ 공고를 운 좋게 발견했어요. 그야말로 저희에게 딱 맞는 사업이었죠.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서로 만날 기회가 없으니 이 기회를 통해 지역 내 1세대와 3세대가 교류하는 경험을 만들어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동안 저희는 도시농업, 할머니밥상, 동작마을학교 등등 동네에서 필요한 활동이라면 무엇이든 해왔어요. 내 동네의 일을 직접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아서 열심히 하다 보니 마을 활동에 성취감을 느끼는 활동가들도 하나둘 모이기 시작해 지금의 협동조합을 이루게 되었고요. 그런데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마을 활동 참여가 힘든 활동가분도 계신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지속가능하게 마을의 문제를 풀어나가려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이번에도 노인분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을 최우선으로 고려했고요.

‘지역문제해결 시민실험실’ 지원 사업을 통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이 진행되나요?
우선 실험을 위해 동작구 상도동으로 지역을 한정했어요. 이곳 ‘포동포동 놀이터’에서는 장난감 수리 접수를 받고, 바로 옆에 위치한 ‘가치 가게’라는 공간에서는 수리 작업이 이루어지고요. 나중에는 의사 선생님들이 상주하면서 접수를 받고, 어린이들이 수리를 맡긴 장난감을 무료로 고쳐줄 예정이에요. 수리가 끝났거나 분해돼 새롭게 만들어진 장난감은 이곳 어린이 놀이터와 지역 내 어린이집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추후 장난감 공유 서랍을 만들 계획도 있습니다.
지금은 장난감 의사를 선발하고 양성하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장난감 의사들은 장난감을 수리하고 소독하는 기본적인 작업부터 아이들에게 환경을 교육해주는 역할까지 맡게 됩니다. 추가 모집한 장난감 의사분들까지 모두 모이는 11월부터 리플렛 배포와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본격적인 사업 홍보를 진행하려 해요.


장난감 의사를 선발할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남녀 성비를 맞추려고 노력했어요. 현재 남성 노인 세 분, 여성 노인 네 분으로 총 일곱 분의 어르신을 모시고 교육을 진행 중인데요. 추후 추가 모집을 해서 총 12~15명 사이의 장난감 의사분들이 활약할 예정이에요. 노인분들은 성별에 따라 활동하시는 모습이 상당히 달라요. 여성 노인의 경우 사랑방에 오셔서 대화도 많이 하고 교류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시는데, 남성 노인의 경우 홀로 술을 드시거나 폐지를 줍는 등 집단으로부터 고립되는 모습을 보이세요. 이렇게 의사 활동 공고를 내도 여성 노인들에 비해 남성 노인분들은 별로 관심이 없으시죠. 그렇다 보니 고독사 문제의 위험성이 큰 남성 노인분들에게 장난감 병원 의사로 활동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의미가 크다고 생각했어요.

장난감 의사로 선발이 되면 어떤 교육 과정을 거치게 되나요?
이론과 실습을 포함해 총 20강을 준비했는데, 초반에 집중적으로 이론 교육을 하고 빠르게 실습으로 들어갑니다. 장난감을 분해하고 정리수납하는 것부터 전자기구, 천, 나무까지 다양한 소재마다 장난감의 수리 과정을 꼼꼼히 익힐 수 있도록 도와드려요. 특히 CS 교육을 보강했는데요. 아무래도 아이들을 대하는 일을 어색하게 여기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아이들을 편안하게 대할 수 있는 방법과 아이의 시선에 맞춰 대화하는 방법도 함께 연습하고 있습니다. 현재 참여하시는 분들의 관심과 만족도가 높아서 추가 모집 전부터 대기하시는 어르신들도 많아요. 또 이번 사업을 진행하면서 유모차를 고쳐주면 좋겠다는 지역 내 의견이 많아 유모차를 수리하는 교육 과정도 추후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동네 어르신들이 해당 사업에 관심을 많이 가져 주신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흔히 좋은 일자리의 조건에 대해 주당 몇 시간을 안정적으로 일하는 것이라고 말하곤 하죠. 해당 기준이 급여의 금액만 고려한 것이라면 어르신들에게 있어 좋은 일자리란 적절한 업무 시간과 환경이 마련되는 게 더욱 중요합니다. 하루 종일 일하기에는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하루에 4시간 정도 일했을 때 어르신들은 오히려 일상에 활력이 된다고 느끼시거든요. 또 4시간씩 교대로 두 분이 근무할 경우에는 같은 일자리를 더 많은 분들과 나눌 수도 있고요. 일을 통해 동네 주민들과 아이들, 같은 장난감 의사분들과 교류하는 과정 자체가 어르신들이 좀 더 건강한 일상을 꾸리시는 데 도움이 되죠.

이번 실험을 진행하면서 가장 인상 깊거나 뿌듯한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기본적으로 지역 내 어르신분들의 우울감을 회복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그러한 면에서 소기의 목적은 이미 달성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소득이 낮은 어르신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고, 우울증으로 인해 가족과 지역 사회가 함께 힘들어질 수 있거든요. 그런데 장난감 병원 사업을 진행하게 되면서 어르신분들이 이곳에 오는 일 자체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1시까지 모여 달라고 하면 12시부터 부지런히 미리 와 계세요. 일과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면 자녀분들에게 본인이 장난감 병원의 ‘의사’라는 점을 즐겁게 많이 말씀하신다고 해요. 본인의 역할을 단순한 장난감 수리공 이상으로 여기시는 만큼 실제로도 애정을 가지고 장난감 치료에 최선을 다하시려고 해요. 장난감 의사 활동을 통해 어르신분들의 자존감이 많이 회복된 것 같아 무척 감사하고 뿌듯합니다.


다른 지역의 장난감 병원과 운영 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부분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나요?
아무래도 저희는 운영 면에서의 효율보다 관계를 만드는 일 자체에 더욱 집중하고 있어요. 장난감 수리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보니 다른 곳에서는 젊은 사람을 수리 인력으로 고용하고 물건을 주고받는 과정에서는 주로 택배를 이용한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저희는 장난감을 얼마나 빨리, 잘 고치느냐보다 공동체를 되살리는 과정에 방점을 두고 있어요. 조금 늦게 고치더라도 장난감을 통해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연결되고 조화롭게 어우러지기를 바라거든요. 코로나19 문제도 있지만, 최대한 방역에 힘쓰면서 사람과 사람이 멀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계 형성이 주요한 사업인 만큼 코로나19의 여파로 사업을 진행하며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희 사업의 중심축인 아이와 노인 분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기도 하거든요. 포동포동 놀이터의 경우 코로나 2.5단계 이후로 잠시 휴관 중이기도 하고, 장난감 의사를 선발할 때도 소규모로 일곱 분만 먼저 선발해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서울시에서 방역물품 구입비를 따로 지원해주신 덕분에 현재 필요한 것은 다 마련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될 경우에는 장난감을 회수하는 ‘장난감 병원 쓰루’나 방역용 투명 가림을 하고 찾아가는 ‘가릴락 말락 장난감 병원’을 운영해볼 생각도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이번 실험 내용을 아카이빙해서 홍보하고, 운영 매뉴얼도 만들어서 장난감 의사와 관련 일자리를 계속 늘려나가는 게 제 바람이에요. 장난감 병원 건너편에 2천 세대 정도가 거주 중인 큰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있고 주변에는 어린이집도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장난감 수리 사업의 탄탄한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고, 충분히 비즈니스 모델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르신들도 지속적인 일자리를 만들고자 하는 저희의 고민에 공감하고 열심히 참여해주고 계시고요. 또 장난감 수리만으로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기 쉽지 않기 때문에 좀 더 확장할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있고요. 최근 환경 교육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데, 장난감 수리가 환경문제와도 관련이 있으니 장난감 의사들을 환경 관련 교육 강사로 양성하는 방안도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이번 실험을 통해 가장 기대하는 지역의 변화는 무엇인가요?
오늘날에는 동네에서 이웃을 만나도 인사를 잘 하지 않아요. 얼마 전에는 어떤 노인분이 아이에게 예쁘다고 말했다가 엄마가 페트병으로 노인을 때렸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고요. 서로 얼굴 볼 일이 없으니 서로가 이웃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거죠. 지역문제해결 시민실험실을 통해 저희가 가장 실험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지역의 노인분들에게 일자리와 함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드린다는 점이에요. CCTV 백 개, 천 개를 동네에 설치하는 것보다 장난감 의사분들이 우리가 사는 동네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믿어요. 앞으로 아이들이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면 “어, 장난감 의사 선생님이다!” 이렇게 알아봐 준다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취재·인터뷰 김지영
사진 김영동
제작·편집 어반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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