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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자원과 공동체 활성화

홍성태 교수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공유자원의 시대

   공유자원에 대한 관심이 계속 커지고 있다. 전국의 모든 곳에서 공유자원에 관한 논의와 실천이 이어지고 있다. 자전거, 자동차, 땅, 집, 전기, 지식 등 그 대상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무형재와 유형재, 소모재와 내구재, 자연재와 인공재 등 재화의 차이를 떠나서 모든 재화가 공유자원의 대상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공유자원을 중심으로 공동체의 활성화가 추구되고, 이를 통해 사회가 크게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영리 경쟁을 중심으로 작동하던 사회가 협동 공생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로 바뀌어 가는 것 같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자료 : Shutterstock, 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음


   2008년 9월 미국의 거대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함으로써 세계 금융 위기가 발발했다. 사실 이 위기는 2007년에 시작되어 2008년에 폭발한 것이었다. 세계 금융 위기는 바로 심각한 경제 불황으로 이어졌다. 미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실업의 고통으로 내몰렸다. 이런 어두운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2008년에 하버드 대학의 법학 교수인 로버트 레식(Robert Lessig)은 ‘공유 경제’(Sharing Economy)의 개념을 제시했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재화를 공유함으로써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이 경제 불황을 이길 수 있고, 나아가 영리 경쟁의 사회를 협동 공생의 사회로 바꾸어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2009년 10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올리버 윌리엄슨(Oliver Williamson) 교수와 엘리노어 오스트롬(Elinor Ostrom) 교수가 공동으로 선정됐다. 오스트롬 교수는 사실 경제학자가 아니라 행정학자였으나 공동체의 경제적 기능과 존속을 제도론적 차원에서 입증한 공로를 크게 인정받았다. 사실 여기에도 2008년 9월에 폭발한 세계 금융 위기가 큰 영향을 미쳤다. 금융을 중심으로 한 주류 경제가 수많은 사람들을 파탄으로 몰아갈 수 있고, 이에 반해 공동체는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구제하는 경제적 기능을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공동체의 역할과 가치를 천착한 오스트롬 교수의 연구는 중요하다.
   이렇게 2008년의 세계 금융 위기를 계기로 공유와 공동체가 주류 경제의 문제를 치유하거나 보완하거나 심지어 대체하는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공유와 공동체는 전근대 사회의 특징으로서 근대화와 함께 사라지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2008년 이후로 세계적 차원에서 공유와 공동체는 다시 크게 강화되고 있다. 자못 놀라운 반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여기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 이 점에 유의해서 공유와 공동체의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공유 대 공용

 
자료 : Shutterstock, 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음

   공동체는, 그것이 지역 공동체이건 사회 공동체이건, 공유자원을 필요로 한다. 공동체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공동체가 공유자원을 잘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점에서 공유자원이 공동체 활성화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사실 공유자원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커다란 혼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유자원의 운동과 정책을 위해서 이 혼란을 올바로 인식하고 시정해야 한다. 혼란의 근원은 바로 공유라는 개념이다. 과연 공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어떻게 실현되는가?
   공유는 대체로 영어 sharing의 번역어인 것 같다. 그런데 본래 sharing은 잘라내는 것, 나누어 갖는 것을 뜻하고, 또 함께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까 sharing은 소유의 면에서는 나누어 갖는 것, 즉 분유(分有)를 뜻하고, 사용의 면에서는 함께 쓰는 것, 즉 공용(共用)을 뜻한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레식 교수가 제안한 sharing economy는 내용으로 보건대 ‘공용 경제’로 번역되는 게 옳을 것이다.
   공유자원은 영어로 commonly owned resources일텐데 사실 영어로 잘 쓰는 말이 아니다. 영어로는 보통 common resources(공동 자원)를 쓰고, 다시 이것은 이론적 차이에 따라 common property resources(공동 재산 자원)와 common pool resources(공동 이용 자원)로 나뉘어 있다. 어느 것이나 공유자원은 아니다. 한편 요즘은 commons도 공유자원으로 번역되는 것 같다. commons가 널리 퍼진 것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오스트롬 교수의 대표 저서가 Governing the Commons이기 때문인 것 같다. commons는 본래 전근대 영국에서 농노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경작지를 뜻하는 말이었다. 이 땅을 보통 공유지라고 번역했는데 사실 정확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공유자원이라는 말은 여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공유는 소유의 한 방식으로서 법적으로 명확한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정책의 차원에서는 공유라는 말을 그냥 써서는 안 된다. 법적으로 소유는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

공유(公有, public owning) - 국유(國有, 중앙정부 소유)
                            공유(公有, 지자체 소유)
사유(私有, private owning) - 개인소유(개유)
                            공동소유(공유) - 공유, 합유, 총유

이처럼 공동소유는 사유, 즉 사적 소유의 한 방식이고, 그것은 다시 세 방식으로 나뉜다. 공유는 각자가 지분을 갖는 식으로 공동소유하는 것으로 각자는 자신의 지분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다. 합유는 공동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법인 조직을 만들어서 공동소유하는 것으로 구성원은 지분을 갖지만 그 처분은 제한된다. 총유는 비법인 조직이 공동소유하는 것으로 구성원의 지분이 인정되지 않는다.
   공유자원이 진정 공유자원이기 위해서는 2인 이상의 사람들이 그것을 공유, 합유, 총유 중 하나의 방식으로 공동소유해야 한다. 이 중에서 조직의 유지와 구성원의 이익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방식은 합유이고, 조직을 가장 강력히 유지할 수 있는 방식은 총유라고 할 수 있다. 공동체라는 조직이 공유자원을 갖는 방식은 합유와 총유의 두 가지이다. 법인 조직인 조합이 합유의 방식으로, 비법인 조직인 마을이 총유의 방식으로 공유자원을 소유한다. 이렇듯 공유는 그 주체와 방식이 명확히 규정된다.


공용의 중요성 

   이렇게 소유의 면에서 보자면 사태가 명확해진다. 우버나 에어 비앤비는 결코 공유자원이 아니고 사유재를 유료로 공용(共用)하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기존의 경제재를 이용하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한편 공유 자전거, 공유 주차장 등은 공유(共有)가 아니라 공유(公有)의 재화를 공용(共用)하는 것이다. 공유(公有)의 재화, 즉 국공유 재산은 정부가 소유하는 재산으로서 법에 의해 그 소유/이용/처분이 엄격히 규정되어 있다. 사유재이건 공유(公有)재이건 공용(共用)은 유료나 무료로 시행될 수 있다. 그런데 사유재는 공용(共用)도 보통 영리의 한 방식이기에 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공유(公有)재의 공용(共用)이 중요하다.

자료 : Shutterstock, 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음

   공동체는 구성원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회사와 마찬가지이지만 구성원의 평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회사와 다르고, 공동체들의 공생을 통한 사회 전체의 이익 향상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정부와 마찬가지이다. 공동체는 사적 조직이지만 공적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공동체를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오스트롬 교수는 사적 조직인 공동체의 공적 역할에 대해서 경제적 차원과 생태적 차원을 중심으로 잘 설명해 주었다. 정부가 모든 사람들을 돌보고 모든 자연을 지키는 것은 우선 비용의 면에서 불가능하다. 공동체는 정부를 충실히 보완할 수 있고, 정부는 공동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공동체는 공용자원, 즉 자원을 공용하는 것으로 활성화될 수 있다. 그 방식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공유해서 공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유와 무관하게 공용하는 것이다. 어떤 공동체는 공유할 능력이 있으나 어떤 공동체는 그렇지 않다. 그러므로 공유를 공용의 전제로 여기면 공동체는 위축되고 약화되기 쉽다. 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공용이 중요하다. 오스트롬 교수가 common pool resources(공동 이용 자원)를 결정적인 개념이라고 평생 강조했던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공동체의 경제적-생태적 가치를 올바로 인식한다면, 공동체가 공적 자원을 공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공적 자원의 공용은 사실 내력이 오래 된 것으로 현재도 어촌은 이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다. 연안과 연해는 공적 자원이고 어촌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서 그것을 공용하는 것이다. 정부가 가진 많은 공적 자원들을 이렇게 공용 자원으로 활용하고 공동체를 활성화할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이용 주체인 공동체에 대한 평가이다. 전통 사회에서 이것은 마을의 거주 연한/기여 정도에 따라 자원의 이용권을 부여하는 ‘입호제’(立戶制)를 통해 이루어졌다. 현재는 영국의 로컬리즘 액트(Localism Act, 지역주권법)을 참고해서 공동체가 공유재는 물론 사유재의 공용도 적극 추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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